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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것을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 중에 생각나는 하나가 대우조선해양의 리더십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강의겸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실무에서도 훌륭한 인재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몇 차례 했는지는 세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용인에 있는 퓨처리더십센터(Future Leadership Center)의 아름다운 전경 속에서 회사의 리더들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는 시간은 나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리더십은 영원한 이슈입니다. 리더십에 관해서 세계적으로 수십만 권의 책이 있고, 한 해에도 수만 권의 단행본과 연구논문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런 사정은 우리나라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이렇게 많은 문헌들이 나오느냐 하면, 시대나 장소에 따라, 그리고 저자에 따라 서로 다른 개념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리더십은 문화적 배경이 중요해서 다른 나라에서 성공적이었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성공적일 수는 없습니다. 과거에 성공적이었다고 해서 오늘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도 없습니다. GE의 크로톤빌 연수원에 가서 연수를 받으면 리더십이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속한 조직은 GE도 아니고 더구나 우리는 잭 웰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카리스마가 중요한 리더십의 요소라고 하고, 어떤 이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또 어떤 사람은 서번트 리더십을 강조합니다. 시중에서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모든 요소를 다 합치면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수퍼맨이 될지도 모릅니다.

 

리더는 수퍼맨이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리더가 됩니다. 리더는 신비하고도 특별한 뭔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모든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건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제대로 훈련 받고 제대로 배치된다면 말입니다. 이것은 내가 80년대 독일 유학시절부터 지금까지 리더십에 관한 문헌들을 연구한 결과입니다.

당시 나는 리더십 현상에 미친 듯이 몰입해 있었습니다. 지도교수도 내가 리더십 현상에 몰입해 있는 것을 신기해 하면서 연구를 도와 주었습니다. 나의 박사학위 과정은 그래서 논문심사를 포함해서 2년 반 만에 끝났습니다. 아마도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인 중에서 최단기간에 받은 기록일 것입니다. 석사학위도 독일학생들보다 더 짧은 기간에 받았습니다. 나는  이런 정도는 누구나 몰입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년 반만에 학위과정을 끝낸 사실을 늘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어떤 분의 강의에서 자신은 근 10년에 걸쳐서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받았노라는 말을 듣고, 내가 혼신의 힘을 실어 공부했던 기간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박사학위를 받는 데 10년이 걸렸다고?

 

그래서, 나는 나의 유학시절의 공부과정에 대해서 별도로 자세히 정리하여 발표할 생각입니다. 많은 유학생들이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그냥 열심히 삽질하면서 시간을 낭비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유학생들의 대부분이 공부의 요령을 몰라 헤맵니다. 내 경험에 비추어 짐작해보면, 독일유학생 중에서 성공적으로 유학과정을 마치는 사람은 아마도 10%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안타깝게도 고생만 하다가 그만 둡니다.

 

아무튼, 당시 내가 쓴 학위논문제목은 『Führungsbedarf und effective Führungsbedarfsdeckung im strategischen Management』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전략적 경영에서의 리더십 수요와 리더십 수요충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슨 뜻이냐 하면, 조직 내에는 항상 리더십 수요가 발생하는 데, 그것을 제대로 충족시킴으로써 조직효과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리더십 수요를 어떻게 측정하고 이것을 어떻게 충족시켜 갈 것인가에 대한 이론적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20년이 넘도록 리더십은 나의 삶의 화두이기도 했습니다. 리더십에 관한 이론과 실무를 섭렵하면서 정리한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그들 스스로 잠재력을 인식하고 자신의 독특한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쉽게 말하면, 리더 자신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생명을 불어 넣는 것입니다. 실존적 죽음에서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 생명으로 부활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리더가 갖는 모든 마음의 상태와 그에 따른 행동이 곧 리더십입니다. 리더십 행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삶 자체가 리더십의 표현입니다. 그래서 리더의 개인적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스타일을 표출하게 됩니다. 그런 리더십 스타일이 곧 조직의 효과성을 상당부분 결정짓게 됩니다.

 


이것이 내가 대우조선해양의 관리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메시지였습니다. 이 메시지를 잘 이해하는 교육책임자들을 만난 것도 나에게는 행운이었습니다. 인재육성팀을 맡고 있는 유봉섭 박사님은 심리학자이신데 나의 리더십 개념을 꿰뚫어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기업에서 진실로 필요한 것은 연수대상자에게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리더십의 기초개념에서부터 실무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실행가능성(practicability)이 높은 프로그램이어야 한다는 점에 우리는 공감했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담당 직원들을 만났고, 여러 코스에서 그들과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특히 서양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른 조직문화에서 완전히 다른 리더십 스타일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그 동안 만났던 많은 분들 중에서도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여러분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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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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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쿠지 2009/10/15 23: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뇌를 자극시키는 좋은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영국 isle of wight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공부에 내 모든 것을 바쳤노라 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생각해보면 공부말고, 다른 육체적 노동을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저는 군 면제를 받았고, 그것이 나의 가능성,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가두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려고 하지 않았다라는 말이 솔직하겠죠.
    이 곳에서 생활하면서 적지 않은 것을 배웠습니다. 몇가지 영국음식 만드는 법, 서빙하는 법, 대량의 설거지하는 법, 모르는 외국인과 즐겁게 대화하는 법, 그들과 어울리는 법, 기타 등등. 하지만 가장 가치있는 것은 제 마음가짐의 변화입니다. 나는 이런 것 못해,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는데, 에서 나도 할 수 있고, 남들 못지 않게 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로 변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 매니져가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저도 처음부터 제 상황에서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고, 그들은 저를 감정적으로 격려하고, 육체적으로 어려운 부분에서는 선연습 후실전의 과정을 통해서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한다며 칭찬해 주었습니다. 못해서 열심히 하는 것인데(struggle!) 그것이 저의 장점이 될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블로그의 글을 읽으면서 지금 인간의 영혼을 살리는 경영을 체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쁜 상상에 빠져들곤 합니다.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는, 현재를 바라보는 눈을 키워주는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블로그에 들려서 하나 하나 글을 탐독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랍니다.

    • 최동석 경영연구소 2009/10/17 17: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엇엔가 몰입하는 사람에게는 행복이 찾아옵니다. 몰입을 시작하기 어렵지, 일단 몰입상태에 들어서면 아주 활홀한 경지에도 도달할 수 있어요.

      자꾸 연습하면 몸에 배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모든 일이 습관화 되어 쉽게 해낼 수 있게 됩니다. 그 연습의 과정을 고통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마음의 프로그램을 바꾸면 얼마든지 연습을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