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딸의 편지를 올립니다. 어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지 않겠어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죠. 하지만, 나는 먹고사느라 아이들이 자랄 때 제대로 챙기지 못했어요. 이건 정말이거든요. 이런 말을 어느 사석에서 한 적이 있는데, 어떤 분이 대뜸 아주 잘한 일이라는군요. 한국에서 아이들이 잘 되려면,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삼위일체를 이루어야 한답니다. 할아버지의 재력도 없고, 엄마의 정보력은 더구나 없는데다 아빠의 무관심 속에서 아이들이 방치된 채 컸다고 사실대로 고백했습니다. 그랬더니 나더러 진짜 짜증난다고 하더군요. 애들한테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스스로 자기들 인생을 헤쳐나간다고 하니까 말이죠.
초등학교 때부터 책가방 싸주고, 학원시간표 짜주고, 내신성적 관리해주는 환경이 우리나라의 교육풍토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만약 나중에 중요한 지위에 오르면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사육되는 아이들이 과연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딸의 여자친구는 싱가포르대학을 졸업하고 런던의 Clifford Chance라는 법률회사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는 중국계입니다. 그 친구가 특히 한국 노래와 드라마 좋아한답니다. 한국적인 것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중국어와 영어가 모국어인 친구입니다. 그 애가 회사에 휴가를 받아 한 달간 한국에서 보내고 싶다고 하는데, 딸은 그 애를 우리 집에서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하면 어떻겠냐고 물어왔습니다. 나와 아들은 좋다고 했는데, 아내는 영 떨떠름해했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애를 며칠이면 몰라도 한 달씩이나 뒤치다꺼리를 해줘야 할 생각을 하니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아내를 설득했죠. 우리 사는 모습 그대로 함께 살면 된다, 우리가 먹는 것에 숟가락 젓가락 하나 더 놓으면 된다, 라면 먹을 때 같이 먹고, 마트의 푸드코트에서 외식할 때 같이 먹으면 된다… 한 달간 먹여주고 재워주고 구경시켜 주면 주싱가포르 한국대사도 못하는 일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말로… 아내는 못이기는 척하고 싱가포르 아이의 방문을 허락했죠. 그래서 엄마에게 고맙다고 어제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일년 전쯤에 보내 온 편지는 로스쿨에 들어간다는 얘기였는데, 이제는 법률공부에 제법 재미를 들였나 봅니다. 점점 법률가처럼 생각하느라 조금은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Thanks Mom. Really appreciate your generosity! Let me revert back to you once I have confirmation from my friend how she wants to proceed.
Are you being serious of moving to Canada for 6 months? What a fantastic opportunity!
I just finished my tutorials and am in the computer lab at school! School was fun as I studied a bit yesterday. If you do not cover the material and turn up in tutorial, it is very difficult to follow what the tutor is talking about but if you do your work, then it is very pleasant! I am actually doing the bare minimum at the moment and getting the feel what Criminal Law, Equity and Trust, EU Law and Land law is about. The topics I am learning (apart from Criminal Law) are actually very relevant to my day to day life. There are a lot of terminologies used in EU Law & Equity and Trust that appear at work which is why it motivates me to study. Land Law comes into picture as I have been actively searching for a flat! Mom - I now know what the difference of freehold and leasehold is - which is a question that you have asked me last year!!! Criminal law is not relevant to my daily life (it would be a problem if is was!!) but from a perspective where I can protect my rights, I think it is very useful. Obviously, my research essay will lead me to dig deep in the area of Company Law in the UK - Directors Duty in particular. Yesterday, I was thinking (haven't conveyed to action yet!) about writing and publishing an article about Hedge Fund Industry from a legal perspective. European countries have been working together to create a UCITS (Undertakings for Collective Investment in Transferable Securities) platform (which is an investment vehicle to aim to allow collective investment schemes to operate freely throughout the EU on the basis of a single authorisation from one member state). As the regulation is updated regularly and this is something that is at the intersection between finance (fund linked products) and legal, I should attempt to do some research.
Recently I have realised that I am looking a lot of things around me from a legal perspective now when it comes to drafting documents, talking to friends etc... continuously worried about whether what I am saying is specific enough... I am becoming very analytic!!!
From next week at work, I will be incredibly busy. I need to go into work tomorrow to prepare a lot of drafts so that Legal can review them next week. Besides, Louise will be out of the office next week, which means that I have to cover her.
Later today, I will be watching a movie with Kiran about the founder of the Facebook... called Social Networking...which I think it will be interesting...
This movie better be good as this is my treat for the forthcoming horrible week!
Hope you are all well and enjoying the weekend!!
그래서 이렇게 답변을 써 보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헤지펀드 산업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네가 이런 부분에 대해 연구하여 글을 써보려고 한다니 기특하구나. 너의 하는 일을 하나님이 축복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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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2010/11/09 06: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마이갓. 아빠 제발 ㅠ.ㅠ 나의 프라이버시는 어딜 갔나요? ^^;
나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생각은 이렇다. 걱정하지 말아라. 아빠는 너의 침실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너의 삶과 사상을 공개하고 싶다. 왜냐?
인간이라는 동물에 있어서 타인을 배려하고, 선행을 베풀고 공동체의 건전한 발전을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그런 행위가 매우 희귀한 것으로 변해가고 있다. 더구나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을 교묘하게 정당화하는 방법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운다. 내가 공부한 학문영역(경영학)은 대학에서 공공연하게 타인의 등골을 빼먹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사회가 점차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빠져들고 있지만, 그것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져 간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사회와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이리저리 생각해 보는 너의 모습을 보면, 부모로서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너의 생각이 젊은이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라면 참 좋겠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훨씬 더 척박하다. 젊은이들은 취업에 목을 매고 있는 상황에서 세상을 향한 정의와 사랑의 힘을 경제력에 빼앗기고 있다. 기성세대는 한 줌의 밥을 위해, 명퇴를 면하기 위해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너의 치열한 삶과 시대의 가치를 생각하는 힘이 단순히 프라이버시로 끝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너의 삶과 생각을 가급적 많은 사람들과 공유했으면 한다.
나는 가급적 많은 젊은이들이, 비록 하는 일은 다르더라도 너와 같은 생각을 했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란다. 너와 같은 건강한 사고과 행동들이 모이면 그것이 곧 커다란 사회적 자산이 될 것이고, 사회라는 공동체는 그 힘을 바탕으로 비로소 발전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너의 앞날에 큰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
김민아 2010/11/09 09: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따님의 오마이갓! 심정을 알듯도 하지만 그보다는 아버님의 자랑스러운 마음에 더 한표를 주고 싶습니다 (저도 세살 딸이 있어서요 ^^) 저라도 우리 딸이 그렇게 예쁘게 잘 성장하고 있으면 정말 기쁠거 같네요 ^^
나는 진심으로 우리 아이들이 늘 자랑스러워요. 건전한 생각으로 자기들 스스로 일을 꾸려 가거든요. 그들이라고 왜 좌절과 고통이 없었겠어요. 하지만, 그것을 좌절이나 고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교훈과 학습의 기회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늘 고맙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댓글 감사하구요. 세살짜리 공주님도 훌륭한 따님으로 성장하길 빌어요.^^
무터킨더 2010/11/10 04: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선생님,
블로그 나들이를 다시 하시네요.
반갑습니다.
저는 아주 잊고 있었어요.
종종 다시 놀러오겠습니다.^^
네,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니 반가운 분들과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무터킨더님의 책을 20권 주문해서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아내의 동료들에게도 나누어 주었답니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살았던 사람으로서 독일 교육제도와 교육분위기, 그리고 교육철학을 소개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죠. 그런데 박 선생님은 블로그에서 아주 좋은 독일교육이야기를 연재해 주셔서 늘 고마운 마음이었습니다. 책까지 출판하셔서 더욱 고마웠죠. 책이 나오자마다 읽고 많은 감동이 있었답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좋은 소식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