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수업에 들어온 MBA과정 학생들이나 외부기업체에서 내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가끔 합니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더러운 화장실을 깨끗한 상태로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열린 질문이기 때문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도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수많은 해결책이 가능하겠지요. 학생들은 대개 이렇게 대답합니다.
① 청소원을 더 뽑아 배치한다,
② 청소관리를 아웃소싱한다.
③ 청소감독을 철저히 하여 잘못하는 경우에는 질책한다,
④ 청소원에게 청소를 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한다.
⑤ 시간대별 청소 체크리스트를 비치한다,
⑥ 청소담당자의 얼굴사진과 이름을 코팅해서 화장실에 비치한다,
⑦ 성과가 좋은 청소원에게는 승진을 시킨다.
⑧ 이용자의 만족도를 조사하여 그 결과에 따라 청소원의 급여를 결정한다,
⑨ …
학생들이 생각해낸 해결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해낼 수 있는 방식이고, 실제로 그렇게 합니다. 화장실에 가보면 이런 방식을 씁니다. 이런 방식을 쓰는 화장실은 대개의 경우 깨끗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방식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닙니다.
1번의 해결책은 일손을 더 늘리면 깨끗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인데, 일손이 부족한 경우라면 몰라도 일손이 남는데도 일손을 늘린다고 해서 화장실이 더 깨끗해지진 않습니다. 2~4번 해결책은 흔히 쓰는 방식입니다. 전형적인 쥐어짜는 방식의 관리입니다. 5번은 쥐어짜는 방식을 더 체계화했을 뿐입니다. 6번은 쪽팔림의 심리를 이용해서 더 열심히 청소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7~8번은 가장 현대화된 방식인데, 7번은 자리의 한계 때문에 함부로 쓸 수 있는 카드는 아닙니다. 그래서 8번이 오늘날 가장 많이 쓰이는 관리유형입니다.
인간을 관리하는 이런 방식은 너무나 일반화되어 있어서 도대체 이것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현대적 경영관리는 행동주의 심리학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행동주의 심리학의 기본 전제는, 인간은 파블로프의 개와 같은 짐승으로 간주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겉으로는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그 이면을 까보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오늘날 경영학에서 다루는 인간행동에 관한 연구는 모두 이런 행동주의 심리학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영혼, 실존, 사랑, 의무, 신뢰, 책임, 배려, 도덕과 같은 숭고한 낱말은 경영학에서 사라진 지 오래됐습니다. 이익, 판매, 투자, 승리, 시장, 보상, 광고, 전략 등과 같은 살벌한 용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인간을 짐승과 다를 것이 없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을 다룰 때, 짐승처럼 다룹니다. 용산 제4지구 철거민의 저항을 진압한 방식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해고노동자들을 진압하는 모습을 보면, 짐승을 다루는 방식과 거의 유사합니다. 영혼, 실존, 사랑, 배려, 도덕과 같은 용어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것은 공동체가 아니라 무자비한 약육강식의 정글입니다. 여기에선 아무도 보호하고 의지할 언덕을 찾을 수 없습니다. 각자가 알아서 책임져야 합니다.
내가 여기서 시비를 붙고 싶은 것은 오늘날 가장 많이 쓰이는 8번입니다. 이용자의 만족도를 조사한다면 모집단과 표본집단의 문제, 설문지 설계, 설문시기와 해석의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보상에 연결시키는 문제도 간단하지 않습니다. 경영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조차 화장실의 청결도와 같이 너무나 뻔한 것을 만족도 조사라는 예산과 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으로 해결책을 냅니다. 이런 수준의 것을 이용자의 만족도 조사로 해결하려는 발상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서 보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대부분은 만족도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화장실보다 더 큰 문제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더 방대한 양의 만족도를 조사하는 방식의 해결책을 낼 것입니다. 대부분 대기업에서 고객만족도를 조사합니다. 그것을 그 기업의 평판지표로 삼고 있습니다. 만족도 조사가 우리나라에서는 큰 비즈니스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무슨 협회마다 만족도를 조사해서 상을 주고는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컨설팅 회사에서도 꽤 장사가 되는 아이템입니다. 그러니 너도나도 만족도가 중요하다고 떠듭니다. 학생들이 화장실의 청결도를 이용자의 만족도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러나,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이것이 허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나는 통계학을 불신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통계는 통계일 뿐입니다. 말하자면, 고객만족도 같은 수치는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습니다. 경영진을 만족시켜 드릴까요, 아니면 긴장시켜 드릴까요? 조사를 담당한 컨설턴트는 사전에 그렇게 묻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너무 적나라하다고 생각되면 분위기를 파악해서 적당한 수치조정을 하면 됩니다. 그러므로 조사결과는 고객의 만족을 사실대로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만족도 조사를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만족도 조사는 매우 비생산적인 행태입니다. 이것이 다 상업화된 수단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만족도 조사와 같은 설문지 뿌리는 것이 거의 산업화되었습니다. 온 국민이 설문의 대상이 됩니다. 나도 수없이 설문조사에 답했지만, 내가 알 수 없는 질문에 엉터리 같은 답을 수없이 골랐습니다.
둘째, 만족도를 아무리 조사해도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을 알아내지 못합니다. 인적 물적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만족도를 조사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업가의 경영철학 결핍이 고객만족도에 나타나지만, 그것이 원인으로 드러나는 경우는 없습니다. 고객접점에 있는 세일즈맨들만 죽어나는 것이지요.
셋째, 만족도는 조사과정에 쉽게 조작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조작하는지는 여기서 밝히지 않겠습니다만, 모집단과 표본 설계, 설문지 설계와 조사시점 등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의도한 대로 통계를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만족도를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길을 제시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부하들의 상사경영에 관한 만족도 또는 조직풍토(organizational climate) 등을 조사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조사입니다. 부하들이 상사의 무엇에 불만이 있고, 그것이 조직풍토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이에 대해서는 차후에 상세히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이제 화장실 청소 얘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아직도 화장실의 청결도를 유지하기 위해 그 많은 비용을 들여 이용자의 만족도를 조사하시겠습니까? 청소원은 누구라도 화장실에 일단 들어가보면 깨끗한지 지저분한지 금방 압니다. 만족도를 조사해야 알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정상인 사람은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청소원도 알고, 관리자도 압니다. 고객만족도를 높여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청소하는 사람과 그냥 더러우니까 참을 수 없어서 청소하는 사람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나 같으면 이렇게 할 것입니다. 청소원이 화장실 청소에 대한 태도가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고, 화장실 청소에 사명감이 있는 사람들을 배치할 것입니다.
청소원이 화장실을 보고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럴 마음이 없는 청소원에게 만족도 조사결과와 성과급을 들이대도 소용이 없습니다. 만약에 돈의 액수를 보고 청결도를 결정하는 청소원이라면, 나중에는 아마도 돈의 액수를 한없이 올려주어야 깨끗한 화장실을 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청소원에게까지 신자유주의적 자본개념이 스며들고 있습니다. 월 스트리트의 짐승같은 경영진들처럼 말입니다. 돈을 보고 하는 일이라면, 화장실 청소든 월 스트리트의 투자은행 일이든 인간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드는 방식은 동일합니다.
화장실 청소에서 상품판매로 확장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이 만족해하는지 아닌지는 누가 가장 잘 알 수 있을까요? 그것은 세일즈맨입니다. 자신의 판매행위에 자부심을 가지고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세일즈맨이라면, 고객이 만족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일즈에 재능을 보이는 사람을 배치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입니다. 세일즈 재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세일즈가 아주 고통스런 일입니다. 세일즈맨의 역량을 갖지 않은 사람들을 세일즈에 배치해 놓고, 고객만족도를 조사해서 관리하겠다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입니다.
외부기업체에서 내 강의를 들은 어떤 분이 다음과 같은 글을 보내왔습니다. 도서관학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도서관에서 사서로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화장실이 더러운지 깨끗한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화장실을 깨끗이 청소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교수님께서 강연 중에 던지신 이 간단한 질문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내놓은 해답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추상적이었다. 속으로는 모두 간단하고 직설적인 답을 내놓고 싶었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남의 눈치를 보는 게 있고, 두 번째로는 뭔가 구체적이고 직설적인 대답보다는 추상적이고, 현학적인 대답을 내놓는 것이 있어 보인다는 오래된 관습 같은 것에 굴복했으리라. 아니면 회사에서 항상 깔끔한 프리젠테이션만 듣고 보다 보니, 간단하고 원초적인 해결방법에 대해서는 일차적으로 의심하는 병이 생겼을 수도 있다.
화장실이 더러운 것은 들어가서 눈으로 보면 알고, 냄새를 맡아보면 안다. 그리고 화장실 청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화장실에 시간 별로 체크리스트를 붙이고, 복잡한 의사전달체계와 확인시스템을 만들어야 화장실이 깨끗해지는 건 아니다. 화장실이 더러운 것을 보고 손을 걷고 나설 수 있는 사람을 뽑아 놓으면 화장실은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도서관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도서관계의 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해마다 사서 자격증을 가진 문헌정보학과 졸업생들이 수천 명씩 배출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사서로 채용해 줄 도서관과 정규직 사서자리는 터무니 없이 모자란다. 공공도서관 자체의 숫자도 모자랄 뿐 아니라, 공공도서관 한해 도서구입예산금액도 부족하다.
그런데 서울시 도서관경영은 이제 직접 관리체제가 아니라 대개 위탁경영으로 바뀌고 있다. 구립도서관에 취직해도 공무원이 아니라 위탁업체직원일 뿐이고, 정권이 바뀐 이후부터는 밤11시까지 공공도서관을 개관하라는 지시가 있어 연장근무를 하게 된다. 연장근무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연장근무를 하는 사람은 누구냐 하면 밤에만 근무하는 비정규직을 뽑아서 충당하고 있다. 밤에만 근무하는 직원의 사기가 어떨지는 보지 않아도 예상이 된다.
도서관에 처음 취직하고 나서 업계세미나에 참석할 때는 도서관학계의 일원이 된 듯 기쁜 마음이 앞섰다. 그러나 세미나에 몇 번 참석해보고 우리나라 도서관계가 왜 이리 발전이 더디고 어려운지 알 것 같았다. 화장실이 더러운데도 사람들은 화장실을 치울 생각은 하지 않고, 허울좋은 청소체크 리스트 만드는 방법, 리스트를 잘 만드는 방법 등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것을 입밖에 내어 말하지 않는다. 도서관계와 청년 문헌정보학도들의 미래는 어둡고, 학자들의 관심사는 현장과 괴리된 이론세계에 있다. 사서들은 복지부동하고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는 되도록 눈을 돌리려 한다. 이 부분은 나로선 참 해결하기 힘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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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직장인 2009/07/23 11: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서의 글 왜 이렇게 와 닿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현실을 보면, 그렇게 진실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문장이 살아있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나요?
나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나는 가끔 진실을 말하는 문장에서 단어 하나하나가 살아서 움직이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글은 기교가 아니라 진실성에서 역동성을 느낍니다.
미스터우 2009/07/23 14: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교수님의 글을 늘 재미있게 읽고 있는 인천사는 학생입니다.^^
화장실을 깨끗하게 하려면 '왜 화장실이 더러운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분석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신거죠?
저는 회사 화장실이 지저분한 이유를 '직원들이 화장실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화장실 청소를 모두에게 돌아가면서 직접 시켜보는 것을 생각해 봤습니다.
청소를 직접 해봄으로써 어떤 행위가 화장실을 지저분하게 만드는지 직원 모두가 파악을한다면,
직원들 모두 화장실을 더럽게 사용하는 행위를 의식적으로 회피하게 만드는 주인의식이 생기게 될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즉, 청소원의 효율(과)적 관리를 통한 표면적 깨끗함이 아닌,
직원들에게 '주인의식 함양'으로 화장실을 깨끗이 유지 관리하게 만드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직접 해보는 것입니다. 경영학 논문들은 수없이 쏟아지고 있는데, 경영현실은 더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논문들이 현실을 외면하기 때문이지요.
만약 자기집 화장실이 그렇게 지저분하다면, 가만 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주인의식이 중요하죠. 조직에서는 공동체의식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함양할 것인가의 대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윗사람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화장실 청소를 해야겠지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정강욱 2009/07/23 16: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글입니다.
교수님이 쓰신 따스함 속에 통찰력이 있는 글들을 읽으면서 참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
칭찬과 격려의 댓글 감사합니다.
태현 2009/07/24 00: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편적으로 '나 또는 사원들이 나서서 직접 청소해보겠다.'는 mind가 부족한 것 같아보여 안타깝습니다. 교수님께서 원하시던 9번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
영업이나 세일즈를 하는 분들은 매장 내의 화장실을 본인들이 관리할 정도로 철저하다고 들었습니다. 기본 자세부터 갖춰야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거겠죠. 물론 규모마다 다른 것이, 백화점 같이 큰 곳들은 외주를 두어야 하겠지만요.
화장실이 더러워도 찡그리기만 할 뿐, 전혀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 건 '이 건 남의 일이라는' 이기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요? 회사에 있는 화장실은 어쨋든 본인들도 사용하는 것일테고 손님, 또는 방문자들에게 비춰지는 회사의 이미지로 직결될 것입니다. 우선 회사 화장실의 청결을 '내 얼굴' 처럼 인식하고 관심을 가지는게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현대적 경영관리가 행동주의 심리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마지막 사서의 고백이 이를 잘 입증하고 있겠죠. 냉정한 비즈니스에 사람이 중심이되는 교수님의 철학과 바람이 꼭 실현되길 함께 소망합니다.
언제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소중한 걸 배우고 갑니다...^^
운전자들이 자기차와 렌트카를 다루는 태도가 완전히 다르다고 하죠. 나 역시 여행가서 렌트카를 쓸 때는 내차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살짝 좀 험하게 몰아도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여행이나 출장을 가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곳이 화장실인데, 이곳을 지저분한 상태가 내버려 두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되지 않겠지요. 서로 발벗고 나서서 청소를 해야지요. 그것이 공동체의 정신이지요.
그런데, 우리의 교육시스템은 서로 돕고 협력하고 배려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시기질투하고 경쟁하도록 내모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짧은이야기 2009/08/03 19: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경영학이 신뢰, 책임, 배려, 도덕을 잃는 것이 그냥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경영학이 그토록 원하는 '효율'마저 잃는 것이라는 사실을 선생님의 글로써 아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제 남편은 사서입니다. 우리나라 사서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인데, 운 좋게도 정규직이 되어 한 달에 200만 원은 벌고 삽니다. (다른 사서는 100만 원도 겨우 버는 처지) 도서관은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는 최후의 공간 중 하나라고 믿기에 남편은 사서가 되었지만, 현 정부 같은 곳에서는 경제가 어렵다고 가장 먼저 예산을 삭감하는 분야가 바로 도서관입니다.
그리하여 남편과 함께 일하던 팀에서 비정규직이던 두 사람이 작년 '이 주사'가 전봇대 뽑으라고 지시했을 때 잘렸습니다. 세 사람이 하던 일을 남편 혼자 하려니 늘 열두 시에 집에 오지만, 또 이런 식으로 겨우겨우 일이 진행되니 '것 봐라. 세 사람이 하던 걸 혼자도 할 수 있는데 너희는 지금껏 낭비했다'라고 합니다. 셋이 하던 걸 혼자 하니 그만큼의 성과를 당연히 낼 수 없음에도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도서관이야말로 성과를 좀처럼 수치화할 수 없으니 그들은 알 수도 없고 관심도 없는 겁니다.
무조건 도서관 문 여는 시간을 늘리라고 하는데, 정규직 직원에게는 6시 이후의 근무를 무조건 시킬 수 없기에 '도의적으로' 몇 명이 남아서 야근을 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다른 아르바이트 직원을 뽑아서 근무하게 합니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 월급은 절반밖에 안 되고, 게다가 밤 늦게까지 근무하라고 시키니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겠죠.
휴.. 그냥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에 넋두리를 좀 해봤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를 이끄는 사람들 중에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 많습니다. 뭐가 중요한 것인지를 구별할 지적 능력이 없다고 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그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풀먹는사자 2009/08/03 1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직 위탁 구립 도서관 사서로서 잘 읽었습니다.
화장실 얘기를 하실 때는 식스 시그마나 정량적 분석 같은 걸 떠올리면서 읽었는데,
마지막 "도서관" 얘기랑 접목 시키니 눈이 번뜩 뜨이는군요.
우리 업계가 가장 큰 문제였었지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회서비스 업종 중 하나인 도서관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더 많이 필요하겠죠.
22조로 삽질, 콘크리트 전문가를 만드느니,
1년에 우리나라 출판되는 책 전부다 사도 4억이면 되는데,
출판사에서는 2000부만 팔면 적자는 면하고,
22조를 도서관에 투자해서 좋은 책은 적자를 면하게 해주면
우리나라가 지식강국, 문화강국으로 훨씬 빨리 갈 수 있을텐데 말이죠
매우 공감합니다. 도서관이 잘 되지 않는 나라는 절대로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지도자들이 이것을 깊이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2009/08/11 14: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그런 고민이 있었군요. 누구나 '이건 아닌데...'하는 회의가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회의는 늘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깨지고 맙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회의의 지속은 적극적인 해결책을 우리에게 제시하기도 합니다.
나는 오늘 스코틀랜드의 수도인 에딘버러에서 해리포터를 탄생시킨 조앤 롤링이 자주 들렸던 찻집 '엘레판트 하우스'에 들렀습니다. 아주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세상을 사는 것이 버거울 정도의 어려움 속에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발전하여 해리포터 시리즈를 만들어 냈습니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야말로 우리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원준일 2011/08/16 19: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주인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 의식을 가지게 할 수 있을까요. 아니 '가지게'가 아니라 저 스스로 '가질 수' 있을까요. 회사에선 유식하게(영어로 쓰면 유식한 건가 모르겠습니다만..) ownership을 가지라던가 일의 champion이 되라고 하지만 말입니다. 하물며 청소를 해봐서 알게된다는 화장실의 주인의식이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