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제도에서 성과에 따른 차별적 보상이 심대한 경우에는 어떤 현상이 나타나는가?
모든 제도는 항상 구성원에게는 강력한 구속력을 갖고 있지만, 상징적 메시지를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지각을 세 번 하면 한번 결근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이 있다고 칩시다. 이러한 규정은 어떤 메시지를 줍니까? 지각하지 말라는 메시지입니다. 세일즈맨에게 성과급을 기본급의 50퍼센트가 되도록 제도화했다면 이것은 무슨 메시지를 줍니까? 어떤 방식으로 판매활동을 하든 세일즈 볼륨을 높이라는 무언의 메시지입니다. 높은 당근을 내걸었기 때문에 그 당근이 성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실제로 당근이 성과창출에 도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근이 없다면 누가 일에 참여하겠습니까? 따라서 보상이 평가결과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되어야 하지만, 연결의 내용과 방식은 그 조직의 문화적 수준 또는 성숙 정도에 따라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당근(보상)이 과연 일의 목적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내가 한국은행에서 20년간 일했던 시절을 돌아보면, 유형 무형의 보상이 있었기 때문에 때로는 혹독한 일도 견뎌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족의 삶이 나에게 달려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일도 반감이나 싫증 없이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동기들과 같은 수준에서 보상을 받았고, 승진도 다들 비슷비슷하게 했습니다. 아주 유능한 사람은 총재나 부총재 정도의 출세를 노려볼 수 있습니다. 20년씩 함께 일하다 보면, 각자의 능력은 밝혀지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동기 중에 누구누구는 총재감이라는 소문이 납니다. 한국은행 역사를 보면, 대개 그런 인물들이 총재 또는 부총재가 됐습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세에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한국은행이 너무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라는 외부의 비판이 있긴 하지만, 조직 자체로서는 예측가능한 인사가 실현되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직원들 대부분은 승진과 보상에 상관없이 한국은행에 근무하는 것 자체를 명예롭게 생각했습니다.
명예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것이 있습니다. 한국은행에서 3년간 조직개혁작업을 하느라 고생을 했다는 얘기는 예전에 했습니다. 그때 보상제도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의 문제로 당시 헤이그룹(Hay Group) 일본지사에 자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헤이그룹은 미국의 인사전문가였던 에드워드 헤이가 20세기 초중엽에 세운 인사컨설팅회사인데, 전세계적으로 서비스를 합니다. 다나카 시게루 사장과 와타나베 토시카즈 부사장이 세미나와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한은의 조직개혁작업을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문제는 직무평가방법론인 <헤이 가이드 차트 Hay Guide Chart 기법>을 통한 직무평가와 그 결과에 근거한 보상제도를 설계할 때 발생했습니다. 직무평가야 주어진 차트에 따라 하면 되는데, 그 결과를 직급체계로 구분해서 보상제도를 설계할 때 논란이 생겼습니다. 헤이그룹의 견해는 당연히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개별적으로 차별적 보상이 주어져야 하며, 그것이 가급적 점차 벌어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형적인 미국식 사고였습니다.
헤이그룹에서 한은 경영진에게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만, 당시 박철 부총재의 언급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돈 몇 푼 가지고 사람들을 치사하게 만들지 말라”는 얘기였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다들 한마디씩 하는 얘기 중에 한 말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그냥 흘려 들었을 텐데, 내 귀와 마음 속에는 아직까지도 그 말이 깊이 꽂혀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경제적 합리성을 넘어서는, 명예를 중시하는, 논리로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 본연의 속성과도 관련된 문제입니다. 인간은 돈과 어떤 관계에 있느냐에 따라 명예로워질 수도 있으며, 돈 때문에 치사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평가와 그에 따른 보상제도가 구성원들의 마음 속에 명예로움을 느끼도록 하지는 못할 망정 치사함을 느끼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한국은행의 개혁작업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나서 한은을 떠났습니다. 컨설팅 시장으로 나왔을 때, 한은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돈으로만 평가된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회계사들과도 많은 일을 해야 했는데, 고객에게 자문료나 컨설팅 비용 등을 청구하기 위한 도덕적 해이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말하자면, 고객은 저렴한 비용을 요구하고, 회계법인이나 컨설팅 회사에서는 가격경쟁을 통해 수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일단 수주하고 나면, 회계사나 컨설턴트들의 투입시간을 조정하여 비용을 과다하게 청구함으로써 회계법인이나 컨설팅 회사의 수지를 맞추는 관행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컨설팅 회사는 연구개발에 시간을 쓸 여유가 거의 없습니다. 나는 이것이 컨설팅 시장의 악순환을 계속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보려고 시도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몰랐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사태의 본질을 알게 되었습니다. 회계사와 컨설턴트들이 자신을 ‘앵벌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런 사태를 방조하는 회계법인과 컨설팅 회사 경영진의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유정식,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 거름 2007을 참조하세요. 컨설팅 세계에 대해 잘 묘사해 놓았습니다. <infuture>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데 배울 것이 많습니다.)
이들 경영진의 태도는 회계사와 컨설턴트를 인간이 아니라 돈을 벌어오는 기계로 생각하는 착취구조로 고착되어 있습니다. 대형회사의 경영진은 과도한 보상을 받아가지만, 그들의 보상구조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습니다.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말은 투명성의 가치를 상실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경영진으로 올라서서 큰 보상을 받을 날을 고대하면서, 젊은 회계사와 컨설턴트들은 앵벌이와 같은 인고의 나날을 보냅니다. 그 동안 전문성과 실력을 쌓기 보다는 프로젝트 수주요령을 익힙니다. 회사가 당근을 내걸고, 젊은 회계사와 컨설턴트들의 재능을 뽑아내는 구조입니다. 여기에는 무형의 폭력이 숨어 있습니다.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은 오로지 돈이 되느냐 아니냐입니다.
교육계의 먹이사슬도 같은 구조입니다. 교사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잘 보여야 할 유인이 거의 없습니다. 학교장에게 잘 보이는 것이 승진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학교장은 교육청관료들에게 잘 보여야 좋은 학교로 발령을 받게 되고, 교육청은 교육부 관료들에게 잘 보여야 국물이 떨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윗사람들이, 주로 행정관료들이 일선의 교사들을 힘과 돈으로 쪼면 쫄수록 더 잘 가르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는 듯 합니다.
일정한 경력이 있고 잘 가르치는 교사를 수석교사로 임명하는 것을 당근으로 내걸기도 했지만, 교육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교사들에게 계급을 두어 교육행위를 유인하려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음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사들의 인사고과에 따른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교육계를 혁신해 보려고 하지만, 교사들간의 불신과 불화만 일으켰습니다.
근본은 무엇인가? 교육부의 행정관료에서부터 일선 교사들을 거쳐 학부형에게 이르는 착취구조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권력을 포기하고 아래로 내려와야 합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을 섬기는 것입니다. 교사는 학생을 섬기고, 교장은 교사를 섬겨야 합니다. 교육청은 각급학교장과 교사들을 섬겨야 합니다. 교육부 행정관료들이 지방의 교육청을 섬기면 문제가 해결됩니다. 우리나라 공교육이 살아날 것입니다.
착취구조라고 말하면, 사람들이 섬뜩하게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착취가 어떻게 시작되는지 살펴보면 금방 이해할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게 태어났습니다. 세상에 다른 사람과 똑 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윗사람은 권력이 있기 때문에 자신과 다르게 생각하는 아랫사람에게 명령함으로써 자기와 동일한 생각을 하도록 강요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자신의 명령과 지시대로 실행하지 못하면 보상과 처벌권한을 발동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을 자발적인 동기가 아닌 당근과 채찍으로 움직이는 것이 문제인데, 이것이 바로 헤겔이 말하는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적 관계입니다. 이런 관계가 시작되면, 아랫사람은 실존적 존재가 아닌 물질적인 생명체로만 존재합니다. 조직구성원의 고유한 잠재력을 왜곡하기 때문에 바로 이때부터 착취고리를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나아가 성과평가 활동과 그 결과물,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이 조직구성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합니다. 개별성과급이 나쁘다 좋다를 논하기 전에, 그 성과급이 조직구성원들의 의식과 무의식에 어떤 메시지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내가 속한 조직의 보상시스템은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나요?
'마음과 경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경영이란 무엇인가(16)_역량(competency) (2) | 2009/06/30 |
|---|---|
| 경영이란 무엇인가(15)_뽄떼와 쪽팔림 (6) | 2009/06/26 |
| 경영이란 무엇인가(14)_성과와 보상이라는 착취구조 (10) | 2009/06/25 |
| 경영이란 무엇인가(13)_성과(performance)와 평가(appraisal) (14) | 2009/06/24 |
| 경영이란 무엇인가(12)_조직(organization) (2) | 2009/05/22 |
| 경영이란 무엇인가(11)_전략(strategy) (4) | 2009/05/20 |







댓글을 달아 주세요
유정식 2009/06/25 2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제 책을 소개해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전 컨설팅을 수행할 때 개인의 성과관리보다 조직 단위의 성과관리를 더 강조합니다. 미국식 성과주의가 전부인 양 생각하는 고객들 설득하기가 쉽지 않지만요. ^^ 이런 제 주장은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에 소개해 놓았습니다.
너무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유정식님이 쓰신 책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컨설팅 절대 받지 마라"에서도 컨설팅을 해본 사람은 그 속 사정을 잘 알 수 있지요. 공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아울러, "경영, 과학에게 길을 묻다"와 "시나리오 플래닝"도 읽고 아주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때로 그냥 스쳐지나갈 내용을 꼼꼼히 묻고 따져서 해명하려는 날카로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참 부지런하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책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엉뚱이 2009/06/26 09: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고민하고 있는 부분 때문인지, 정말 마음에 와 닿는 대목이 많습니다.
모든 것을 돈으로 판단하는 기준, 관리자의 입장에서는 '돈을 벌어야 먹여 살릴 수 있다'라는 이야기, 매출과 손익이 주는 '숫자'로 조직원들이 판단되고, 그로인해 착취되는 모습.
지금 제가 처해 있는 상황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것이 많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볼 수 있고,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생산성이 높고, 풍요로운 삶을 보장하지요.
그냥 유토피아를 말하는 게 아니라, 북유럽에서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요. 그 나라에서 어떻게 하는 지를 우선 보고 배우면 되지요. 그걸 우리 몸에 맞도록 고쳐서 쓰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석락희 2009/07/02 18: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분별하게 도입되고 있는 미국방식의 성과주의 인사제도에 대한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돈 몇푼 더 받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한다는 거 이게 어디 사랍입니까?
보람, 존재의미, 인정, 자존감 이런 것들이 더욱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다만 이러한 요소로 동기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고도의 노동통제수단이라고도 하지만요.
일에 보람과 자존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도 고도의 노동통제라고 볼 수 있겠군요. 본인이 좋아서 신바람으로 하는 일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고도의 노동통제라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급의 노동통제가 난무하는 세상이라서 말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박규현 2009/07/13 18: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성과급 차등지급만이 경쟁을 유발시켜 더 좋은 회사로 만들 수 있다는 저의 생각에
뒤통수를 후려갈깁니다 ^^ (저급한 표현 죄송합니다)
혹시 시간이 되시면, 이 블로그를 잠시 둘러보시길 권합니다. 지금까지 올린 포스트만으로도 인센티브는 인간의 정신을 황폐하게 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다음의 글을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http://mindprogram.co.kr/13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센티브라는 자극에 단순히 반응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정의하는 경영학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미국 경영학의 전제이기 때문에 별로 고민하지 않고 받아들입니다. 이러한 전제는 미국의 실용주의 사상과 행동주의 심리학의 영향 때문에 형성되었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문자 그대로의 행동주의 심리학을 따르지 않습니다. 인간은 짐승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보상제도와 관련해서는 좀더 상세한 포스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2009/07/14 0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보상제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습니다. 시간의 문제이지 계속 쓸 계획입니다.
일에 대한 자부심은 기업의 조건에 있을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일하는 사람의 정신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에서 일의 중요성,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생각이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적 발상은 사회적으로 그렇게 몰아가고 있습니다. 인간과 인간의 활동이 돈과 연계되어서만 평가되도록 하는 것이죠.
내가 보기에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면 나도 그 일을 해보고 싶거든요. 자격이 없어서 못하고 있을 뿐이지요.
석수장이 사례를 아시죠? 돈벌기 위해서 돌을 깨는 사람과 성당을 짓는다는 사람의 마음가짐의 차이 말입니다.
북구의 평균적인 삶을 비교해보면, 버스운전사나 대학교수나 사는 모습에서는 거의 비슷합니다.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큰 차이가 없어요. 그럼에도 그 사회는 우리보다 두배 가까이 생산성이 높잖아요. 우리나라도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고 배울 수 있는 곳은 결코 미국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거예요. 북구의 복지국가 모델을 보고, 우리 실정에 맞도록 수정해서 고쳐나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