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고등학교의 <직업선택 10계명>을 보면, 사회적 통념과 반대되는 것들입니다. 신선하긴 하지만, 그런 계명들이 실제로 오늘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신 나간 사람’이라는 소리 듣기 십상입니다.
모세의 10계명은 오늘날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무엇무엇을 하지 말라”와 “무엇무엇을 하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의 윤리규범이자 행동강령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거창고의 직업선택 10계명은 오늘날의 상식과는 거리가 멉니다.
인간은 본능에 따라 행동합니다. 자신의 즉각적인 쾌락을 향해 움직이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본능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본능에만 충실하면, 양육강식의 적자생존이 지배하는 동물의 왕국이 됩니다.
근대 학문은 인간의 이러한 본능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이성작용과 감정작용을 바탕으로 하는 행동메커니즘을 발전시켜왔습니다. 경제학과 경영학이 그 대표적인 학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이성적 감정적 합리모델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심리적 효용(psychological utility)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합리적으로 충족시키는 방법을 고안합니다. 주류경제학과 경영학이 욕망과 탐욕의 고삐를 풀어놓아야 한다는 신자유주의 이념을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것을 잘 고안하면 노벨 경제학상을 받습니다.
욕망과 탐욕을 충족시키는 방법을 잘 활용하여 부를 쌓은 사람들을 우러러보고, 자신도 그렇게 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입니다. 인간에게 짐승과 같은 이런 본능적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이런 본능의 폐쇄된 틀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인간은 짐승들과 다른, 이성과 감정을 넘어서는 초월적 세계를 지향합니다. 인간은 영혼의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짐승과 다른 점입니다. 단순히 이성이 고도로 발달했기 때문에 짐승과 다른 것이 아닙니다.
영혼은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제어하면서,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신뢰와 평화를 쌓아가는 방법을 모색하게 합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영혼의 울림을 들을 수 있습니다. 미세한 음성입니다. 이것을 흔히 양심의 소리라고도 합니다. 양심에 민감해야 이 세미한 울림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나팔 소리처럼 아주 크게 들립니다.
우리는 흔히 '영혼이 없다'는 말을 듣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을 위한 인수위 시절에 인수위원들로부터 닦달 당한 어느 공무원이 “관료들은 영혼이 없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관료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국민에게 진정으로 이로운 일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이기도 합니다. 권력 앞에서 양심이 숨을 죽인 것이죠.
영혼이 없는 인간! 영혼의 능력이 작동하지 않는 인간! 이것은 짐승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더 많은 돈을 추구하고, 그 돈으로 쾌락을 쫓고, 남들과 치열하게 경쟁하여 먼저 승진하고, 앞다투어 비단길 깔린 곳을 찾고, 남들이 욕망하는 것을 욕망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는 곳으로 달려가고, 권력과 명예와 존경과 권위를 빼앗으려 합니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세련된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배웁니다. 2박3일짜리 리더십 코스에 참가합니다. 그리고는 윈윈하는 방법과 다른 사람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배웁니다. 이것이 짐승과는 다른, 매우 세련된 방식으로 자신의 탐욕을 충족시켜 가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진정으로 영혼의 능력이 발휘되는 사람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모세의 10계명은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의 정신을 구체적인 행동강령의 형식으로 내려준 지침입니다. 거창고등학교의 교장이었던 전성은 선생님 역시 오늘날 이웃사랑의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내려준 것이지요. 이것은 어둠과 탐욕의 정글 같은 세상에서 거창고등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신 것입니다. 아니, 이 세상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내린 계시입니다. 이 계명은 패역한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실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지침입니다. 영혼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제대로 실력을 쌓고, 이 지침대로 행동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외국에 유학하고 있는 젊은이들이, 사회적으로 큰 특혜를 받고 있는 젊은이들이 요즘은 어떻게 하면 군대에 가지 않을까 하고 여러 방법을 동원합니다. 면제받기 어려우면 카투사나 통역병으로 지원합니다. 장차 이 사회를 이끌 젊은이들이 어떻게든지 편한 길을 택합니다. 여자 애들은 연예인처럼 성형으로 몸값을 올리려고 합니다. 짧은 치마로 남학생들의 시선을 끌기에 여념이 없고, 대학 캠퍼스는 화장품 냄새가 진동합니다. 그런 짓을 하는 것이, 적어도 우리 세대에서는 부끄러운 일이었는데, 요즘은 자랑거리입니다. 점점 즉흥적인 욕망충족과 탐욕의 과시가 미덕인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전성은 교장선생님의 직업선택 10계명은, 욕망과 탐욕의 자유로운 분출을 장려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원리와 그 정신의 황폐함에 과감히 맞서서 거꾸로 가라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감동적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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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터킨더 2009/06/18 22: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동적입니다.
세태와 과감히 맞서서 거꾸로 가는듯 하지만
그 길은 사실 우리가 가야할 진정한 미래가 있는 곳으로 향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언젠가는 가야만할 길.....
심금을 울려주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내가 처음 직업선택10계명을 받아 들었을 때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모세의 10계명과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이었죠.
어떤 갈림길에 설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자기 성찰의 지침이 될 수 있죠. 그리고 왜? 왜? 왜? 거듭 그것을 해야 하는지를 따져묻게 되니까요.
지나가다 2009/06/19 08: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트 감사합니다. 이제서야 거창고 교장선생님의 혜안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욕심을 버리고 속세의 유혹도 뿌리치고 올바른 삶을 살아가도록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가름침을 잊지 않도록 해주는 계명입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포스트 하나를 더 쓰게 되어 유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피터팬 2009/06/19 2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의 좋은 글을 만나게 되서 기쁘고 감사드립니다. 어쩌다 들러게 됐는데 .. 글 한편 한편이 주옥같아서 감히 거저 먹기에 체 할듯 합니다. 감사 합니다 ^^.. 제발 건강 꼭 챙기세요 .ㅋ
감사합니다. 주옥같다는 칭찬에 힘이 납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잖아요. 네, 건강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갈색쏘주 2009/06/23 13: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교수님의 글을 일고, 많은 감동과 배움에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거창 고등학교의 직업 십계명은 신선한 충격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오는 말씀입니다.
교수님의 모세에 비유에 대한 해석이 너무 광의의 형이상학적인 내용 듯 생각되어,
저의 작은 의견에 교수님의 한줄 충고를 듣고자 처음 댓글을 달아 봅니다.
직업 10계명의 핵심은 인간 본성 회복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이면서,
또한 직업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이 함께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주관은 직업10계명에 맞게 바탕에 흐르는 탐욕의 자제 보다는 직업에 대한 고찰이 먼저 인 듯 합니다.)
신자유주의 사상은 생각보다 뿌리가 깊어서(짧게는 1970년 부터) 모든 사람의 상식이 되어 가고 있지만,
실제 현실은 신자유주의 사상과 조직에대한 악의적 이해를 완벽히 마스터한 한두명이 독식하는 세상이죠,
그에 반하여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신자유주의적 세파에 흔들리지 않는 많은(특별한) 사람들이 있으니,
그게 바로 10년 이상의 깊은 경험과 누구에게도 찾을 수 없는 독특한 직업 해석이 있는 분들 입니다.
"직업 10계명"과 비슷한 직관력을 알게 모르게 가지고 삶을 지켜오신 분들이 꽤 많고,
그런 분들의 공통점이 어떤 상황이 닥쳐도 흔들림이 없이 자신을 지킬 필요 조차 없는 환경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죠.
약간 허황된 듯 하지만, 실제 이런 분들을 장인이라 부르며, 직장내에서 소금과 같은 존재로 남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이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게 만드는 방법이 바로
"직장 10계명" 인 듯 합니다.
구체적인 예시 없이 주관만 써내려가 죄송합니다. 하지만, 거제 고등학교의 교장선생님의 지혜가 너무
멋스럽기에 좀더 심도 있는 분석과 통찰이 필요한 듯 하여 덧글을 달아 보았습니다.
사족으로 교수님 블로그에서 약간은 성격 구절 해석으로 바이어스된 모습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댓글을 세번 읽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핵심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질문인지, 그렇다면 무엇을 질문한 것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이 포스트에 대한 코멘트인지,
아니면, 이 블로그의 경향성에 대한 코멘트 또는 우려인지?
미안합니다만, 내가 아직 핵심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질문하시는 분들은 에두르지 말고, 직접 핵심을 찔러서 질문하셔도 됩니다. 질문의 내용을 보면, 괜한 시비를 걸려고 하는지, 아니면 진심으로 의문이 생겨서 그런지를 알 수 있습니다.
갈색쏘주 2009/06/23 22: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지금 퇴근하고 집에 도착해서 교수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우선 직업 10계명에 대한 해석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을 드리고자 했습니다.
바탕에 흐르는 탐욕에 대한 경계도 매우 중요하지만, 직업 10계명 본래의 취지가 천직으로서의 직업 선택을
하는 방법론을 표현한 것이다라는 개인적인 의견을 드리고자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직업 10계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천직으로서의 직업 선택 방법에 대하여
현실의 신자유주의적 사고와 반대되는 선문답과 같은 10계명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저의 짧지만 13년의 직장 생활의 경험에 비추어 세상에는 자신의 직업 사랑하시는 멋들어진 분들이
직업 10계명의 전부 혹은 일부를 지키고 살아 오셨구나 하는 생각에서 말씀을 드렸었는데,
제가 적은 글을 다시 읽어 보니 핵심이 불분명 한 듯 하여 죄송한 마음을 금할길이 없습니다.
마지막의 성경에 대한 바이어스 부분은 최근의 포스팅들이 대부분 성경 구절이 많아, 느낌을 말씀 드렸습니다.
성경의 내용들은 읽는 사람, 시대, 사상 기분에 따라 틀려지는 해석과 같은 성경내에서도 비유의 내용이
반대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심지어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음으로 학문적 해석과 연결되었을 경우,
저와 같이 종교에 대하여 무관심한 경우,
약간의 의문이나 심지어 종교적 편향이라는 의도치 않은 생각을 가지게 될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에
사족으로 말씀드렸는데, 불편하셨다면 용서를 구하겠습니다.
그런 말씀이었군요. 잘 알겠습니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조직구성원들이 어떤 해석을 하느냐에 따라 훌륭한 조직을 만들기도 하고, 형편없는 조직이 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해석체계가 성취와 행복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주어진 환경과 상관없이 늘 불행한 삶을 살아가기도 합니다. 이런 삶의 분명한 차이는 세계에 대한 해석체계에서 옵니다. 해석체계는 마음의 프로그램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실무를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보니, 마음의 프로그램에 따라서 높은 성과를 내기도 하고, 밤낮 불평불만에 쌓여 아무 일도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블로그도 마음의 프로그램(mindprogram)으로 정했습니다.
동서양의 마음의 프로그램이 다릅니다. 특히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마음의 프로그램은 기독교와 그 사상에서 나온 경우가 많습니다. 기독교인들은 세상에 대한 해석체계와 사고방식이 다른 종교와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가진 보편적인 마음의 프로그램을 알려드리고 싶기도 했습니다. 훌륭한 기독교인들도 많지만, 한국 기독교인들 중에는 잘못된, 성경의 본래 취지에서 어긋난 마음의 프로그램으로 세상을 해석함으로서 오히려 사회적 부패와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서 몇개의 포스트를 올렸습니다. 특히 높은 지위에 있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몰상식한 태도와 행동이 기독교의 올바른 이해에 적잖은 해악을 끼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서였습니다.
직업선택의 10계명이 우리 사회에서 실현될 수만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좋은 지적과 코멘트를 고맙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2011/04/18 0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최동석 경영연구소 2011/04/18 12: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질문을 핵심을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되 그 흐름에 매몰되지 말고, 오히려 그 흐름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어떨까 합니다.
지적해 주신 책을 아직 읽지 못해서 어떤 맥락에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 책을 한번 사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찾아보니 베스트셀러였더군요. 베스트셀러를 아직 읽지 못했네요. 내가 아직 우리나라 베스트셀러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서 그랬나 봅니다. 읽어 본 후에 다시 답변을 드릴께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