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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이것은 예수가 십자가에 처형되는 골고다 언덕에서 나온 말입니다. 예수는 이처럼 자신을 죽인 그들이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탄원했습니다.

 

예수가 죄수 두 명과 함께 처형되는 현장에 있던 로마 병사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고 있었는데,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죄가 없었던 예수의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는 말입니다.

 

예수는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했고, 스스로를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했고, 병자를 고쳐주었고, 죽은 자를 살렸고,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들의 친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가르쳤습니다. 안식일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안식일을 위해 사람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율법은 위선을 조장한다고 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면서 위선의 기도를 올리는 자들을 조심하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파격적인 예수의 가르침은 당시 유대세계에 비교적 널리 퍼져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로마 병사들은 예수가 죄 없다는 그 명백한 사실을 어째서 알지 못했을까요? 병사들이야 무식해서 그렇다 치더라도, 예수를 심문했던 빌라도 총독은 예수에게 죄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를 십자가 처형에 내맡긴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역사의식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지식인 계급에 속했던 니고데모와 같은 사람은 예수에게 찾아와 어떻게 하면 구원을 얻을 수 있을지를 물었습니다. 유대사회의 지도자였던 니고데모는 예수의 비범성을 알아보았지만, 결국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고의 틀을 깨지 못했습니다. 유대땅을 다스리는 높은 지위에 있었고 거기서 벌어지는 일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빌라도 총독은 유대인들이 기다리던 메시아가 예수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헤롯왕을 비롯한 바리새인들과 제사장들은 예수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협하는 인물로 보았습니다. 그들은, 예수의 거침없는 가르침과 진실폭로에 겁을 먹었고, 어떻게 해서든지 꼬투리를 잡아 죽이려고 했습니다.

 

권력자들의 역사의식의 결여. 이것이 예수를 십자가의 죽음으로 내 몰았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역사의식이란 무엇인가?

 

역사의식은 우리가 어디에서 와서,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관한 성찰에서 비롯됩니다. 말하자면, 역사적 존재로서 자각하는 능력입니다. 이런 능력의 결핍은 사회적으로 많은 위험과 위기를 초래합니다. 최근에 겪은 대표적인 사례가 부시의 이라크 침공입니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통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시는 세계사적 역사의식의 결여로, 박정희는 민족사적 역사의식의 궁핍 때문에 비극을 초래했습니다.

 

부시나 유신시대의 박정희와 같은 사람들의 특징은 비전/목적/방향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공유된 비전/목적/방향이 없는 상황에서도 그것을 만들어 공유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어리석게도 자신이 개인적으로 원하는 것 또는 사회가 그것을 원할 것이라고 짐작되는 것을 힘으로 밀어 부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다른 부분은 내 전문분야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고, 내 분야에서만 본다면 경영학은, 20세기 초반, 숫자로 쥐어짜던 제1세대 경영학(Taylorism)에서, 20세기 후반, 인간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던 제2세대 경영학(Druckerism)을 지나왔습니다. 21세기로 들어서면서부터 제3세대 경영학(Wholism)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조직과 조직구성원은 하나라는 것입니다.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는 하나입니다.

 

구성원 개개인은 구분되는 독립체인 것이 분명하지만, 어떤 조직에 소속되면 그 조직의 전체가 되어 버린다는 말입니다. 개체가 전체요 전체가 곧 개체인 상태입니다. 개개인이 조직의 전체를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낱개로 찢어진 존재가 아니라 낱개의 특성을 보존한 채 따뜻하게 연결된/뭉쳐진 공동체로 인식해야 합니다. 그런 공동체를 구성할 때, 비로소 높은 성과를 낸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미국식 경영학의 폐해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현정부의 경영방식은 제1세대 경영학에 속하는 계량화에 의한 명령과 통제방식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고,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아울러, 그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떤 실용적 기술을 활용해야 하는지도 논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현정부에서는 이런 고민의 흔적을 거의 발견할 수 없습니다. 속도전이 중요할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역사의식의 결여에서 오는 온갖 과오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역사의식의 결여를 힘의 실용적 활용으로 커버할 수 있을까요? 힘의 활용과정에서 겪는 무수한 고통과 희생을 우리는 그저 감수하고 있어야 할까요? 힘으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을 힘으로 밀어 부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수가 가르쳤던 것처럼, 힘을 쓰는 사람은 결국 힘으로 망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이런 의문들은 흥분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촛불을 든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촛불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약간의 효과가 있긴 하지요.) 온 국민의 깊은 사색을 필요로 합니다. 사색은 어느 날 갑자기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장기간의 훈련을 해야만 사색이 가능합니다. 역사의식은 사색을 통해 싹틉니다. 사색의 훈련이 없이 오로지 손익만 계산해 본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역사의식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역사의식이 없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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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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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ilverStone 2009/05/27 2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 매일 교수님의 글에 많은 감동과 insight를 얻고 있는 사람입니다.

    언제 한번 인사 드리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는데

    역사의식의 결여를 이야기 하시는 것에 그 어느때 보다 공감이 되어 이렇게 흔적을 남깁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결국 시간이라는 길을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는 것인데

    사람들은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갈길에 대해서 그다지 멀지 보지 못하고 있고

    더 큰 문제는 지금 어디에 서있는지 모르는게 문제이겠지요.


    그건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머리를 맞대고 치열히 토론하고 고민하면서 알아가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전 위키디피아와 시멘틱 웹으로 대표되는 '집단지성'이라는 것을 믿고 싶은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더 의지하는 것은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라는 성경의 진리이구요.


    아마도 교수님이 말씀하신 역사의식도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의지와 뿌리를 맞닿아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 봅니다.


    언제 한번 교수님의 빛나는 지혜를 직접 뵙고 듣고 싶은 소원도 있네요....^^

    • 최동석 경영연구소 2009/05/28 23: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을 읽으면서 블로그의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런 보람이 더 좋은 글을 쓰라는 격려로 생각되어 힘이 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종교는 기독교입니다. 종교가 타락할 때, 무섭고도 사악한 힘을 발휘합니다. 신의 이름으로 못할 일이 없죠. 거기에다 세속적인 권력의 힘까지 가지고 있다면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게 됩니다. 내면적 반성과 성찰은 없이, 그 권력이 행사된다면 그 힘은 무수한 희생자들을 생산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일이 한반도에서 일어날 조짐이 보여 걱정입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철저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한 때입니다.

      살아 있다면 언젠가 뵙게 될 날이 있겠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2. 쉐아르 2009/05/29 04: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나 훌륭한 글 잘 봤습니다. 말씀하신데로 "사색의 훈련이 없이 오로지 손익만 계산해 본 사람"이 역사의식을 가질 수는 없는 일일겁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앞선 위치에 있는 사람이 더 의식을 가지고 이끌어 나가야 할텐데 한국에는 그런 것이 안먹히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통념적으로) 그래야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조차도 역사의식이 없었든지요.

    기독교가 절대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역사전체를 바라보는 의식을 가지고 그 역할을 했으면 좋았었을텐데, 말씀하신데로 오히려 기독교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장로 대통령이 두번째인데 두번다 나라를 후퇴시켰으니까요 (물론 김영삼 대통령은 이명박에 비하면 아주 양호하지만요).

    • 최동석 경영연구소 2009/05/30 21: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자와 빈자로 나누는 이분법을 저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부자냐 아니냐는 상대적인 개념이니까요. 워렌 버핏에 비하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가난한 사람이겠지요. 일용직 근로자는 노숙자보다 부자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난한 사람과 부자의 사회통념적 구별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부자들이 사회에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부자는 자신이 노력해서 벌었다하더라도 사회로부터 그 만한 혜택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부자들이 부를 가진만큼의 사회적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이것이 건강한 사회입니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이런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자세를 법과 질서로 바로 잡아야 할 일입니다. (그 일을 해내야 할 지도층이 오히려 사회적 의무를 다하지 않고 불법과 탈법으로 회피해 왔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죠.)

      가난한 사람들은 사회에 대한 공헌도 적고 혜택도 적게 받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그들도 분발하여 더 많이 공헌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서 누구라도 자신의 잠재력을 썩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격려의 댓글 감사합니다.

  3. 짧은이야기 2009/06/04 08: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질문은 꼭 나 자신의 근원만을 묻는 질문만이 아닐 것입니다. 내 삶이 우리 역사의 어느 지점에 놓여서, 내 삶 이후로 어떤 지점으로 가길 원하는가, 이런 질문도 되어야 합니다. 저 같은 평범한 사람도 그러하거늘.. 경제를 살려 주겠다면 우리가 어디로 가든 상관없다고 생각하여 던진 표가 불러온 무서운 결과를 보면서.. 사람들은 정말 월급만 준다면 조직폭력배거나 다단계, 사기꾼이 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해집니다..

    • 최동석 경영연구소 2009/06/04 17:57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죠. 지금 이렇게 엉망진창이 된 원인은 과거에 있음을 알고 과거의 어떤 것이 그렇게 했는지를 잘 이해하고 진실하게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지요. 그리고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의논하고 합의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지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반성 없이, 무조건 목전의 이익만을 따지고 있지요. 특히 지도자들의 정신이 깨어있어야 하는데...

  4. 섬강 2009/06/05 15: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나 아렌트의 '아이히만'이 생각나네요.
    그는 유대인들을 소각하는 효과적은 방법을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연구하고 실천에 옮겼지요.
    명령에 따라 열심히 한 내가 무슨 죄가 있느냐고 항변하지요.
    아이히만 비슷므리한 종자들이 좀 보이네요.

    이 정권의 가장큰 죄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얻고 어떻게 발전시켜온 민주주의 입니까?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을 거치면서 이제 부끄럽지 않은 '민주주의'라고 할 만했는데...
    서울 도심을 무장한 전경으로 채우고도 자신이 어떻게 '옳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나는 포기를 모른다'는 군요.

    글을 읽어보니 민주주의 의식 뿐만 아니라 국가경영마인드도 빵점이군요.
    경제 경제하기에 그건 좀 뭔가 아나했고, 명색이 대기업 CEO였다니 경영이론이라도 좀 아나 했더니 깡통이었군요.
    이명박 주변에는 사람같은 사람이 없나봅니다.
    정치 모리배, 아첨꾼들만 있나봅니다.
    이 일을 어찌해야할까요?

    • 최동석 경영연구소 2009/06/06 12:27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명박 정권이 반신불수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벌써 그런 조짐이 되기 때문에 걱정입니다.
      남은 임기를 식물정권으로 보내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서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정부기능은 수행해야 할 텐데...

      그럴 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는 듯 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민들이 눌렸던 분통을 노무현의 죽음을 통해 분출하고 있는 듯 합니다.
      70년대 유신시대로 돌아간 듯한 형국이니까 시민들이 더욱 분노하는 것 같습니다.

      힘을 쓰면 힘으로 망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이해했으면 합니다.
      주변에는 무조건적인 충성파들만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5. BT_비티 2009/07/09 18: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3세대 경영학(Wholism)이 무척 궁금합니다. 혹시 이에 대한 추천도서가 있다면, 가벼이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