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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아르님이 저에게 강한 도전을 주셨습니다.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를 적으라는 것입니다. 우리 나이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부모 자식 간에도 항상 서먹한 관계였죠.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보다 외향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좋아합니다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블로그스피어의 엄청난 힘을 느끼고 있습니다. 덕분에 상당히 젊어진 것 같습니다.

 

당연히 나도 시도해봤습니다. 내가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걸 몰라서 물어?


하지만, 아내는 모른다는군요.


그래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붙여 보았지만,

늘 그렇듯이, 언어는 내 생각의 일부만 표현할 뿐입니다.

 

첫째, 아내의 얼굴에는 나의 영혼이 깃들어 있어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둘째, 매일 십구공탄을 갈아야 하는 문간방 살이에서도 늘 행복해 했던 아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셋째, 라면을 먹을 때나 프랑스 레스토랑에 초대받았을 때나 어느 장소에서도 잘 어울렸던 아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9년 5월 경상북도 영주에 있는 소수서원(紹修書院)에서


"얼굴은 존재의 계시"라는 엠마누엘 레비나스의 말이 생각납니다

<엠마누엘 레비나스>에 대한 글을 참조하세요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나서 느끼는 것은 아내의 얼굴에는 남편의 영혼이 깃든다는 것입니다.


 

p.s. 사실 지난번에도 한번 올리려다 아내의 반대로 무산됐었는데, 이번에도 몰래 올린 겁니다. 곧 들키겠죠. 이번에는 뭐라고 둘러대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한다고 말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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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최동석 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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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쉐아르 2009/06/17 1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내의 얼굴에는 남편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 너무나 멋진 말입니다. 최동석님의 아내분에 대한 깊디 깊은 사랑을 느끼게되는 글이네요. 앞으로 올리실 글도 기대하며 기다리겠습니다 ^^

  2. 짧은이야기 2009/06/17 10: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아름다우십니다. 제가 요즘 어떤 분의 자서전을 쓰고 있는데, 그분도 참 어려운 인생을 사셨지만 팔순의 연세에도 두 부부께서 너무도 곱고 아름다우셨습니다. 그 사람이 살아온 내력이 얼굴을 만든다면 사모님께서도 참 착한 인생을 사셨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요즘 젊은이'인 저는(^___^)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 남편을 만나 이제 만 5년 겨우 지났을 뿐이라, 앞으로 우리가 함께할 세월이 어떨지, 그 속에서 서로 어떻게 변해갈지 모르겠습니다.

    '사랑'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런데 저는 '사랑한다'라는 말을 아직 한 번도 못했습니다. 남편도 마찬가지고요. 연애 시절에는 '사랑한다'라는 말이 너무 숭고하고 무거워 함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혼하면 꼭 들려줘야지 생각했는데, 막상 결혼하고도 '좋아해요' '존경해요' '멋져요' '잘생기셨어요' '훌륭하세요' '예뻐요' 이런 말은 서로 자주 들려주는데 '사랑한다'라는 말은 못하고 있습니다. (참, 저희는 서로 존댓말을 쓴답니다)

    그 말은 못하더라도 저는 남편이 저를 얼마나 사랑하고 아껴 주는지 매순간 느끼고 있기에 전혀 불만이 없답니다. 남편도 불만이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없을 것 같군요. ^___^;;

    지금 생각하기로는, 나중에, 아주 나중에 환갑쯤 되었거나 그럴 때 '당신과 30년을 사귀고 살았군요. 사랑합니다' 하면 뭔가 가슴이 찡할 것 같기도 하고.. ^___^ 환갑 때 선물로 그 말을 들려줄까 생각도 합니다.

    사모님을 향한 선생님의 글을 보며 다시 한 번 다짐했답니다. 저도 멋지고 존경스러운 남자에게 어울리는 지혜롭고 속깊은 여자가 되어야 할 텐데 하고요.

    • 최동석 경영연구소 2009/06/17 1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내를 만난 것이 1977년이니까 벌써 32년 전 얘기인데요. 젊어서는 워낙 일이 많고 공부할 것도 많아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습니다. 박정희/전두환식 개발연대의 삶이란 전투적이었기 때문에 가정을 돌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그래도 아내는 가정을 잘 건사했어요.

      에피소드 하나. 이사하던 날도 출근해서 일하고 밤 늦게 퇴근했는데, 새로 이사간 집을 못찾았어요. 그 땐 전화통화도 어려울 때라, 근처에서 헤매다가 동네사람한테 물어서 찾아갔지요. 나만 그런게 아니라 대부분 그렇게 살았어요. 아내는 그래도 행복해했어요. 고맙죠.

  3. 2009/06/17 16: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맑은독백 2009/06/18 14: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내분의 얼굴에서 지금껏 받아오신 사랑이 짐작갑니다.
    최동석님께서 주신 사랑, 그리고 받으신 사랑이 뭉쳐 두분의 얼굴에 나타나지 않나 생각합니다...
    잔잔한 감동 받고 갑니다.

    • 최동석 경영연구소 2009/06/18 16:51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내가 좋아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올릴 포스트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아내가 이 포스트에 등장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내리라고 할까봐 조심스럽게 쓰고 있습니다.

      기름칠도 좀 하고 그러면 앞으로도 계속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5. 맑은그녀 2009/06/26 14: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 와~ 두 분의 눈동자가 너무 닮으셨어요!!
    이 사진은 사실 사이즈 면에서
    사모님께서 다소 당황하실 수도 있을 듯.
    (같은 여자 입장에서 드리는 말씀이예요.)
    하지만, 사진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찍는 사람과 찍히는 사람
    둘 사이의 깊은 평안과 연결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네요.
    아름다운 사진이예요.

    • 최동석 경영연구소 2009/06/27 23: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부부는 닮는다고 하는 말이 있은데,
      사람들이 우리부부를 보면,
      느낌이 아주 비슷하다고 합니다.

      같이 산지도 꽤 되니까,
      서로 닮아갈 수도 있겠지요.
      서로 맞춰주면서 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나는 별로 맞춰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아무튼 그래요.

  6. 토댁 2009/07/09 2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랑한다고 말 하셨을까요? ^^

    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에 가슴이 따뜻해 집니다.

    32년을 같이 살고 사랑한다는 아름다운 말을 들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13년을 살았으니 남은 19년도도 그저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보렵니다..^^

    오늘도 행복한 날 되셨죠?^^

    • 최동석 경영연구소 2009/07/09 22:19  댓글주소  수정/삭제

      쑥스럽습니다. 누구나 있겠지만, 젊은 시절의 러브스토리가 있죠. 그걸 가지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행복해지려고 노력하죠. 힘든 일이 있어도 마음의 프로그램을 바꾸면 되니까요. 뇌세포의 neural wiring을 바꿔 버리는 것이죠. 그러면 행복해져요. 정말로...

      토댁님도 행복한 하루 되셨길 바랍니다.